예술은 감성으로, 법은 논리로 설명되는 세계입니다. 서로 다른 이 언어 사이를 잇는 법률가가 있습니다. 문화예술·엔터·콘텐 산업과 함께 걸어온 김정현 변호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저는 작품을 읽는 사람입니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김정현 변호사님은 변호사라는 이름 앞에 “읽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김정현 변호사님은 작품 하나하나를 단순한 법적 대상이 아닌, 창작자의 시간과 감정, 시대적 맥락이 담긴 결과물로 대합니다.
전시 기획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고, 문화예술인들과의 대화를 존중하며, 그들의 언어를 ‘법’이라는 구조로 번역해내는 일. 그것이 김정현 변호사님의 소명입니다.
👩⚖️ “문화예술과 맞닿아 있는 저의 뿌리, 그것이 장점입니다”
Q. 법무법인 창경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협업’을 강조하는 로펌으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큐레이터 경험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이해가 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예술 사건을 다룰 때, 동료 변호사들과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판단을 만들어가는지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문화예술 사건에 있어 저의 장점은, 저의 뿌리 자체가 고고미술사학과, 큐레이터와 같이 문화예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중문화, 산업 디자인, 콘텐츠와 같은 상업적 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여러 법률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아티스트 분들과의 의사소통,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가능하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는 항상 “다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법원에서는 판사님과 아티스트를 이어주는 다리여야 하고, 일반 기업이나 대중과 소통할 때는 아티스트가 아닌 분들과 아티스트를 이어주는 다리여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저의 배경과 지식, 변호사로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최선의 해결책과 대응방법을 이끌기 위하여, 동료 변호사님들에게 관련 맥락을 설명하고 현 분쟁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예술적인 시각과 법률적 시각이 조화를 이루며, 아티스트분들께서 가장 만족하시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생각합니다.
⚖️ “예술의 언어를 법의 언어로 바꾸는 일, 어렵지만 보람 있습니다”
Q.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무형의 창작 세계에는 고유한 특성과 언어가 존재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변호사님은 예술의 언어를 법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거나 보람차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문화예술 사건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에 비해 시간과 공수가 굉장히 많이 소요됩니다. 창작자와 작품에 대한 분석, 관련 분야의 트렌드, 심지어 시대 정신에 대한 이해까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것의 법적인 의미를 잘 발굴해 내어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 분야와 법률 분야는 속성 자체가 참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문화예술은 감성과 직관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법에서는 명확한 논리와 법적 근거를 언어로서 표현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간극을 좁히는 과정은 사실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특히 1심에서 패소했던 사건들을 항소심에서 결론을 뒤집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특히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사건들은 많은 경우 1심에서 창작자가 어떠한 측면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하여 패소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는 작품의 창작적 특징이 무엇이고, 이것이 왜 가치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아티스트와 함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적, 법적 증거를 같이 찾아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하나 둘씩 축적되며, 저는 이제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한 믿음과 소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 순간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 “저는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준’을 지키려 합니다”
Q. “저는 원래 타인과 저를 비교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법조인의 길을 걸으시면서 타인과의 비교보다 더 중요하게 지켜온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를 찾아주신 모든 의뢰인 분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의뢰인분들의 진정한 행복과 발전을 추구합니다. 법조계에서는 승소율이나 사건의 규모 같은 외적인 성과가 비교의 기준이 되기 쉽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의뢰인분들의 인생과 작품,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법적 분쟁으로 힘들어하시는 의뢰인분들께 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드리는 것이 제1순위라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분들께 순간의 작은 승리보다 장기적이고 커다란 이득과 발전을 택하실 수 있도록 합니다.
저는 변호사의 역할이 누군가의 뒤를 받쳐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지난 십 수년간 수많은 문화예술 사건을 다루어왔지만, 제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여러 개별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홍보에 활용하는 것을 극히 조심하고 꺼려 왔습니다. 예외적으로 고객분들께서 사건의 결과를 널리 알려달라고 요청하신 건에 대해서만 공개를 할 뿐이지요. 이는 많은 아티스트분들은 법적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힘들어하실 뿐만 아니라, 이 좁은 사회에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분들께 이러한 법적 분쟁 자체가 그분들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로서 큰 유명세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의뢰인분들께 평생지기로서 진정한 신뢰와 믿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성공한 변호사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 김정현 변호사님이 더 궁금하다면?
김정현 변호사님의 네스트에서는 ‘소떡소떡’ 디자인권, ‘바나나맛우유’ 상표 분쟁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창작물을 둘러싼 흥미로운 판례를 깊이 있게 다룬 위키글과, 큐레이터 출신 변호사로서 예술과 법 사이를 오가며 써 내려간 단상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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